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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와 만남

국제개발협력 진로를 고민하는 기독 청년들에게: 사명의 길 위에 선 너에게

2018년 인도네시아 농업고등교사 연구사업 당시 현장 워크샵 주변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겉으로 보면 아름답습니다. 가난한 이웃을 돕고, 세계의 정의를 세우는 일처럼 보이죠. 특히 신앙 안에서 "섬김과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싶은 청년들에게는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길의 실체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때로는 마음을 다치게도 합니다. 오늘은 저의 경험을 나누며, 이 길 위에 선 기독 청년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과 격려를 전하고자 합니다.

국제개발협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많은 청년들이 국제개발협력을 꿈꾸지만, 첫걸음을 어디에서 떼야 할지 막막해합니다. NGO 인턴을 할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할지, 아니면 JPO 같은 국제기구에 바로 도전할지 고민이 많죠.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진짜로 가슴이 뛰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현장에 가보고, 가난과 불의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가.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내면의 울림이 있었는가. 그 울림이 있다면, 길은 반드시 열립니다.

현장 중심으로 말하는 진짜 이야기: 몽골에서의 시작

1999년 첫 해외활동을 시작했던 몽골의 국제기아대책기구에서 인턴십 활동 당시

저는 20대 초반, 하나님께 기도하며 인생의 방향을 구하던 시기에 선진국들을 경험하게 되는 국제기구 활동을 포기하고 해외 봉사단에 지원했습니다. 그 당시엔 영어도 자신 없었고, 경험도 없었습니다. 그저 한 가지 확신만 있었습니다.

"하나님, 저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어디든 가겠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몽골이었습니다. 울란바토르 외곽, 전기가 끊기고 물도 부족한 마을. 한 달에 50달러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저는 문화적 충격과 외로움, 정체성의 흔들림 속에서 하나님께 엎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곳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 땅을 위해 보냄 받은 자다. 그들의 고통을 본 내가, 그 고통 앞에 외면할 수는 없다."

국제개발, 정의의 도구인가, 균형의 줄 위에 선 자금인가?

현장을 경험하면서 저는 여러 복잡한 현실들을 마주했습니다. 가난한 국가들을 지원하는 국제개발협력기금(ODA 중심)은 정말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행복하게 사용되고 있을까? 돈이라는 것은 어디나 그런 것처럼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돈 앞에서 정직하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개발도상국가들의 주민이나 오너들이라면, 그 유혹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여국의 담당자들은 얼마나 다를까? 우리 스스로에게도 물어보게 됩니다. 국제개발의 현실은, 이상과 현실의 경계선 위에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믿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그런 불의 속에서도 정직하게 싸우며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대한 구조를 당장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난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탄지니아 지부장으로 근무할 때 함께 협력하던 현지 스텝들과 함께

진로로서 국제개발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다음은 제가 이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몇 가지 조언입니다.

1. 현장을 경험하라

정책 분석이든, 학위든, 무엇을 하든 현장을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야가 다릅니다. 단기봉사라도 좋습니다. 가능한 한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과 눈을 맞춰 보세요.

2. 하나님의 부르심을 점검하라

DTS든, 단기선교든, 조용한 기도 가운데든 당신이 이 길에 들어서려는 동기가 하나님 앞에 정직한지 살펴보세요. 외적인 명분이 아니라, 내면의 소명이 분명해야 합니다.

3. 지속가능한 삶을 설계하라

국제개발협력은 봉사이자 일이기도 합니다. 장기적으로 가려면 건강, 재정, 관계 모두 준비되어야 합니다. 단기 열정으로 시작했다가 중도에 무너지는 이들이 많습니다. 오래 가기 위해, 나의 '업(業)'을 분명히 설정하세요.

4. 진짜 필요한 공부를 하라

기후위기, 여성 인권, 적정기술, 국제정책 등 관심 분야가 있다면 공부하십시오. 언어는 필수입니다. 특히 JPO나 국제기구를 꿈꾼다면 영어는 물론 불어,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까지도 준비되어야 합니다.

5. 작게 시작해도 괜찮다

처음부터 UN에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역 NGO, 파일럿 프로젝트, 논문 작성을 통해 자기 영역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더 건강한 길입니다. 커리어는 계단처럼 쌓아가는 것이지, 엘리베이터가 아닙니다.

인도 첸나이에서 봉사단 인솔할 때 협력하던 간호사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당신을 기억하십니다

당신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길 원하는 그 마음, 하나님은 기억하십니다. 국제개발협력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 주님의 손이 함께하신다면, 당신은 반드시 견딜 수 있고, 열매도 맺을 수 있습니다.

저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현장의 눈물과 감동은, 어떤 직함보다 더 강한 동기를 주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그 길 위에 서 있다고 믿습니다.

부디, 지치지 마세요. 작은 시작이, 큰 사명을 이룰 수 있습니다.

"주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이사야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