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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와 만남/국제활동정보

한국 개발경험 공유사업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소(KDI)가 11월 5일에 한국 경제성장의 경험을 다른 개도국과 공유하기 위한 “2007 경제협력 전략국가와의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 가나, 아제르바이잔, 쿠웨이트”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한국형 통합 경제개발 정책 컨설팅,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은 수원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연구와 정책자문, 정책 실무자들의 교육과 연수에 기초하여 한국형 통합 경제개발 정책 컨설팅 사업으로 2004년부터 기획재정부가 주관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해서 추진되어왔던 사업이다. 2007년에는 가나, 쿠웨이트, 아제르바이잔을 대상으로 경제발전 공유사업이 진행되었으며, 그 컨설팅 사업에 대한 결과와 시사점을 공유하는 공개 세미나가 5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것이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기획재정부가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예산을 2008년 25억 원에서 내년 50억 원으로 대폭 늘리면서 개발도상국에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적극 전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이번 세미나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계 최빈국에서 최단기간 내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로서 우리의 고유한 경험이 개도국 경제 성장에 효과적인 자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에서 비롯된 결과인 것 같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터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알제리, 쿠웨이트, 아제르바이잔, 가나, 도미니카, 오만, 우크라이나, 모잠비크 등 13개국 83개 과제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연구용역을 통해 개발경험 컨설팅을 제공했다.


2007년에는 개도국 고위인사들로부터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에 대한 수요가 있었는데, 이러한 요청에 기반하여 3개국에 대한 정책 자문이 이루어졌다. 첫 번째로 가나는 전승훈 한국개발전략연구소장을 프로젝트 매니저로 하여 ‘가나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발전기반 구축’ 자문을, 두 번째 ‘아제르바이잔의 WTO 가입을 위한 정책자문’은 성극제 경희대 국제대학원 원장을 매니저로, 마지막 쿠웨이트는 임영재 KDI 연구원을 중심으로 쿠웨이트 국가발전계획 수립: 한국의 발전 경험에 기초한 쿠웨이트 개발전략 정책자문’을 실시하였다.

가나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발전기반 구축

가나 케이스는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나의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기반구축에 필요한 정책적인 조언을 가나 정부에 제공하고자 하였다. 가나의 경우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0% 이상, 노동력의 60% 이상을 차지하여 경제상장에 필수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기업가 정신, 노동생산성 저하, 기술 부족, 시장 및 자본 접근성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커다란 장애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아래의 단계적 도입을 조언하였다.
1단계: 비교우위의 전략적 사업을 설정한다. 아울러 과감한 규제완화를 추진하여 전략적 산업분야에서 해외자본을 적극 유치한다. 이 속에서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고 창업이 증가된다.
2단계: 중소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되, 자본 및 사장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도록 시책을 강구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기능인력 양성책을 도입한다.
3단계: 창업 및 중소기업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면 지금까지의 정부 관여를 지양하여 완전한 시장경제로 이행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규제환경 개선과 중소기업의 자본과 기술의 접근성 향상, 그리고 인적자원 개발 및 중소기업 지원 시스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제안도 소개되었다.

아제르바이잔의 WTO 가입을 위한 정책자문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심각한 경제 악화를 경험한 아제르바이잔은 90년대에 이르러 석유 생산 확대와 지속적인 개혁조치로 인해 연평균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1997년 WTO 가입을 신청하였고 현재 가입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정책 자문은 WTO 가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4가지 세부주제에 대해 이루어졌다.
첫째는 쟁점이 되고 있는 WTO 가입 협상 중 서비스 분야, 특히 통신, 유통, 에너지, 시청각 서비스에 대해 연구하였다.
둘째로 아제르바이잔이 WTO 가입협상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개도국 지위 확보에 대한 전략과 그에 따른 향후 무역정책에의 주요한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셋째로 향후 WTO에 가입할 경우 국내산업보호를 위하여 합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무역구제제도의 운영 방안을 제시하였다.
넷째로 아제르바이잔의 수출구조를 분석하여 한국의 경험에 기반하여 수출진흥 보조정책과 산업육성정책을 제시하였다.

쿠웨이트 국가발전계획 수입: 한국의 발전 경험에 기초한 쿠웨이트 개발전략 정책자문

쿠웨이트의 경우에는 자국의 장기적 발전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여러 가지 도전들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처할 것인가 하는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KSP 컨설팅 사업은 시작되었다. 컨설턴트들은 우선 쿠웨이트의 정치/경제적인 주요 상황들을 살펴보고 쿠웨이트 정부의 요청에 따라 5 개년 개발계획의 핵심 개혁 프로그램 초안을 직접 작성하는데 주력하였다.

정책제언은 다음과 같다.
- 장기적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5개년 개발계획을 제안
- 개혁과 변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점진적 단계적 접근
- 인적자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인재 및 기업 유치를 활용하고 동시에 내부 역량 강화
- 국가 발전 전략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 중점 발전 그룹을 형성
- 노동시장의 개혁을 위해 고숙련 노동자 육성 정책 및 이러한 노동 수요 강화 정책 마련
- 양, 질, 효율성 그리고 인적자원 확보를 위한 포괄적인 교육개혁정책 마련
-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는 재정정책 마련과 중장기재정계획 시행
- 민영화, FDI 및 공공-민간 파트너십 강화
쿠웨이트의 경우 정치적, 사회적 반감 및 저항을 가져올 수 있는 개혁 프로그램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더라도 성공 가능성과 효과가 높은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한국개발경험이 기반된 컨설팅 사업이 나아가야할 길

앞으로 2배 이상 그 규모가 확대될 KSP 사업은 민관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종합적인 맞춤식 경제개발 컨설팅 사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경제발전경험을 기초로 실증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정책 컨설팅이라는 것이다. 과거 한국의 놀라온 경제성장을 하나의 모델 케이스화하여 일률적으로 개도국에 수출하겠다는 위험한 사고에서 우리의 경험에 기반을 두지만 각 나라의 요청에 맞게 대상국의 개발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맞춤식 사업이라는데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사업 운영에 있어서 아쉬웠던 점은 이러한 컨설팅이 현지의 지역적 특성을 얼마나 고려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컨설팅의 효과가 지역적 특징을 얼마나  잘 고려했는가에도 달려있다고 볼 때에 지역적 특성에 대한 파악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이러한 컨설팅 사업이 다른 원조사업과 유기적인 연계성을 가지고 진행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기획재정부 주도의 이러한 사업이 현재 국제협력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도국 연수프로그램과 봉사단 파견프로그램, 전문가 파견 등과 연계되어 지역조사, 지역정보 축적, 지역전문가 양성, 사후관리 등이 이루어진다면 원조사업의 효과를 보다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한국형 경제발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사업은 지금처럼 요청에 의한 컨설팅의 방식보다 다원화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논의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한국형 원조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와 연결된다. 현재 컨설팅 결과로 제시된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한국이 IMF로부터 제안 받았던 워싱턴 컨세서스(Washington Consensus)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한국 경제(개발경제학 포함)가 미국에서 공부한 주류 경제학자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새로운 변화를 위한 담대한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개발에 대한 재고찰이 이루어지고 한국학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려울 때일수록 인문학에 대한 투자도 지속해서 보다 장기적이며 깊이 있는 철학과 체계를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서, 한국이 전세계 빈곤과 개발 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는 씨앗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작성: 최수영 suyoung@ccej.or.kr / 경실련 국제위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