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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와 만남/국제활동정보

한국수출입은행 EDCF 권영국 본부장 간담회



지난 9월 26일, ODA Watch 단원들은 한국수출입은행을 방문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총괄하는 권영국 본부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수출입은행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매우 열정적인 권영국 본부장과의 만남은 한국 유상원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먼저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중심으로 수출입은행의 업무 현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있었다;
“수출입은행은 1976년 수출입을 위한 대외경제협력의 중요성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중략) 실제로 개발도상국들은 어떻게해서든 많은 투자를 받기 원하는 상황입니다. 증여(Grant), 연화차관(Soft Loan) 등 여러 형태로 개도국들의 지원이 가능하겠으나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무상원조뿐만 아니라 유상원조를 통해서 개도국들의 발전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원국정부에서는 원조를 받는데 급한 나머지 사업타당성 검토를 철저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공여국에서도 사업타당성 검토 단계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가 사후평가단계에서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업의 지속가능’ 기준을 충족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 어떠한 조치가 취해지는지 궁금합니다.

⇒ 과거 개발사업의 발굴은 개도국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사업의 실시까지 평균 22개월의 장시간이 소요되고, 개도국의 경우 정부의 부패문제도 심각해서 발굴과 이행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업 심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개발은행(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 MDB)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차관사업진행컨설팅’ 제도를 활용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최소화하며 효과성 제고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속성원조(Tied Aid)가 대기업에 편중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문을 더 열수는 없는지,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를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EDCF 사업 중 1억불 이상의 토목공사는 아무래도 대기업이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원국 측에서도 한국의 중소기업 보다는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실 상하수도, 발전소 등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은 프로젝트의 성격과 규모상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구조적으로는 대기업이 사전에 이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기반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대기업에 유리한 부분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인지한 가운데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의 참여를 넓히기 위해 300만불 미만의 사업인 경우, 입찰참여를 중소기업으로 제한하는 '중소기업 전용 소액차관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교육 및 병원 기자재, 비료 제공 등 물자와 기자재 차관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중소 컨설팅 용역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업체 선정 시 평가표에서 우대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중소기업에 친화적인 대기업을 사업 수주 시 배려하고 있습니다.

비구속성원조가 세계적 추세이지만, 우리 기업이 아직 경쟁력이 없고 이 때문에 비구속성원조가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옵니다. 실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 원조의 비구속화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정부도 비구속화를 위한 로드맵까지 발표하였습니다. 비구속성 원조의 확대는 원조조달시장의 성장과 우리기업의 진출도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국제개발협력 원조조달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어느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토목, 건설 부분에서 경쟁력은 충분히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경쟁상대는 선진국이기 보다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와 같은 중진국입니다. 가격 경쟁력은 이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토목공사는 50%이상을 지역에서 공급하기 때문에 현지 건설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거나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으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있는 분야로 비구속성원조를 점진적으로 선정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2008년 1월에 'ODA 시장진출 지원 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 우리기업의 해외 ODA 시장 진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 있었는데, 현재 어떠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 ‘ODA 시장진출 지원위원회’는 이미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B)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시행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발주 공사에 한국기업의 수주가 없어 이것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 지원위원회입니다. 현재 대규모의 사업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 일부 국가들은 그 하청 업체로 들어가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선진국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며 이미 선진국 위주의 텃세가 맞물려 있어 진출의 어려움을 겪고 잇습니다. 또한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는 관계로 우리 기업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까지 겹치고 있습니다. 이에 수출입은행이 지원을 나선 것입니다. 한국 기업이 중국이나 인도처럼 초기에는 하청업체 형태로 들어가서 네트워크를 통해 노하우(knowhow)를 쌓은 후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008년 10월부터 그동안 이원화로 나누어져 있던 일본의 유무상 원조는 JICA로 일원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대외원조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일원화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고 있는데요. 한국의 ODA 일원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 현재상황에서 유무상 원조를 어느 한 부처에서 관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유상원조가 외교부로 통합되는 것에는 우려가 있습니다. 유상원조는 30~40년에 걸쳐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상원조와는 운영방식과 심사 내용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유무상 원조를 한 바구니 안에 넣어 운영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것은 수탁 기관이 어디인지가 문제가 아닙니다. 분명 각 부처별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고, 유무상에 대한 기본 인식이 달라야 하는데 이것을 한 곳으로 일원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 일본은 원조 규모와 그를 담당하는 인력까지 우리와 비교가 안될정도로 규모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계직원 규모가 200여 명이라면 일본은 1,000명 이상입니다. 일본의 대외원조가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되었다고 해도 안에서의 분명히 유무상 원조의 책임과 역할 분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일원화라고 비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사업수행 단계에서만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 전 단계에서 교육 프로그램에도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개발과 관련해서 사업 전 단계, 실시 후 단계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 사업 전 단계의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여러 정부부처에서 나누어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로의 협력체계가 원활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개선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업 종료 후 평가는 과거에는 사업 실시에만 급급했던 부분이 있어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과 관련하여,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작년에 사업평가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큰 프로젝트는 대외에 공개하고, 작은 프로젝트는 수출입은행 내에서 약식 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권영국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개발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에게 "마음을 열어라"’ 라고 당부했다. 수원국 주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수출입은행의 업무를 담당했던 만큼 실무책임자로서의 경험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고, 유상원조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유상원조와 타이드 원조가 개도국의 특수 상황 속에서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본부장의 이야기에선 앞으로 많은 논쟁의 여지가 남겨진 듯 했다. 간담회 시간이 짧다며 단원들을 계속 잡는 친절한 본부장님과의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작성: 김다은 meilun1@hotmail.com / ODA Watch YP 2기, 가톨릭대학교 국제관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