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봉사

[ODA Watch연재기사]KOICA 한국해외봉사단 사업을 만나다 2







ODA Watch NP(NGO Professional) 연구팀 프로젝트
'우리는 왜 해외봉사단에 주목하는가?" -3 -

KOICA의 봉사단 사업을 만나다. -2-
- 우리들의 연애 이야기 그 세 번째 -








최 근 한국은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일 시끄럽다. 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한 사람이 무려 12명에 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갖가지 대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으나, 국가 비상사태가 아닌 이상 우리의 연애는 지속될 것이다. 대선의 많은 이슈들 가운데 ODA(공적개발원조)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표면화되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가운데 어떤 대선 후보는 “Go Global Young Korea 플랜”이란 이름으로 매년 1만 명(현재 약 1,200명 규모)을 신흥개도국에 봉사단으로 파견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앞 서 논의했듯이, ODA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원조공여국들과 비교되는 한국의 강점(비교우위)이 우수한 인적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봉사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2004년 정치권에서 시작된 봉사단의 급속한 확대(350% 이상) 파견이 가져온 결과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앞서 거론되었듯이 현재 KOICA 봉사단의 경우 모집과 선발 자체에서 큰 난항(2005년의 경우 전체 모집인원원의 40%만 선발됨)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어떠한 대책을 가지고 봉사단 파견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최 근에 거론되고 있는 확대 파견에 대해 일부에서는 KOICA에서 시민사회단체(Civil Society Organization)를 통해서 위탁 파견되는 ‘한국 NGO 해외봉사단(이하 NGO봉사단)’을 그 대안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논의했듯이 봉사단에 대한 철학이나 사업 운영에 대한 철저한 점검 없이 단기적인 사업 확장에만 연연하면 오히려 봉사단 사업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더욱이 NGO봉사단의 경우 각 단체들의 보고서를 취합한 자료집 정도만 존재할 뿐 이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아직 단 한 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ODA Watch NP(NGO Professional) 연구 모임에서 잡은 두 번째 만남은 KOICA의 지원을 받는 NGO봉사단이다.


KOICA 봉사단의 경우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봉사단 관리 인원의 부족이다. 개도국 현장에서 봉사단과 관련해 현지 훈련, 중간 평가 회의를 비롯해서 안전관리나 귀국 평가까지 대부분의 현지 봉사단 업무가 관리요원에게 주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봉사단 사업 운영에 있어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KOICA는 현재 한 명의 관리요원이 약 25명의 단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우 관리자 한 명 당 약 5명 그리고 일본의 경우 약 10명의 봉사단원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다. 이러한 관리요원의 업무적 과중뿐만 아니라 그들의 불안한 계약 형태(계약직) 등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봉사단 사업의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많 은 봉사단원들이 활동 현장에 도착하면서 겪는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수요(적합한 현지 기관) 개발의 문제다. 현재 KOICA는 주로 수원국의 요청에 의해서 수요 개발이 이루어지는 ‘요청주의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에는 수요국과 함께 프로젝트를 공동 개발한다. 모집과 선발에 난항을 겪음에 따라 수요에 대한 적격자를 발굴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봉사단 확대는 이러한 모순된 상황을 개선하고 난 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 난 10월 19일에는 국제개발협력학회 창립총회가 열리는 등 ODA와 관련해서 학계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11월 7일 ODA Watch 월례토크에서는 경희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신설한 개발협력과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ODA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학계에서 국제개발 전문가 양성을 위한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미 국의 경우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봉사단 사업을 국제개발 전문가 양성과 연계해서 운영하고 있다. ‘국제 석사 프로그램(Master’s International)'은 국제학 석사학위를 봉사단 경험과 연계하는 것이고, 귀국한 단원들은 ‘USA 펠로우(Fellows USA)'라는 제도를 통해서 대학원 교육을 지원 받으면서 인턴십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봉사단 출신들은 각국의 대사와 외교관 및 교수, 정치인, 기업인 등 다양한 인재로 양성될 수 있었다. 


한 국은 어떠한가? KOICA에서 진행되는 산학협력은 단편적인 봉사단 설명회와 학점과 연계된 봉사단 활동이 거의 전부다. 교육부의 지원으로 대학원에 개발협력과정이 만들어졌으나,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봉사단 사업과의 연계성은 논의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매년 700명 이상의 단원들이 귀국하고 있지만 해단식은 1년에 한번 치러지는 식사 위주의 행사가 전부이며, 귀국단원의 취업정보 지원도 2시간가량 진행되는 취업설명회와 메일링이다. 수혜자가 아무리 늘어나도 이를 담당하는 직원은 격일로 파견되는 근무자임을 상기한다면 명목을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현 재 KOICA는 봉사단 사업에 대한 두 번째 종합평가 보고서 작성에 분주해 보인다. 사업에 대한 확대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 공신력 있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더욱 절실한 때다. 그런데 사업평가가 외부전문가를 포함하는 평가위원회에 의해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꾸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7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종합평가가 봉사사업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올 해는 정부를 통해서 국제 항공권에 부과되는 ‘국제빈곤퇴치기여금’도 도입되고, ODA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15년까지 ODA를 GNI 대비 0.25%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한 2010년에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ODA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한국 내 이주민 100만 명 시대가 도래하였고, 국제결혼도 최근 전체 결혼자의 10%를 상회하고 있다. 개도국 전문가들에 대한 필요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급격히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시기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봉사단을 확대해야 한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그 러나 현재처럼 봉사단 사업에 대한 철학이 명확하지 못하고 운영에 대한 확고한 방향을 잡지 못한 가운데 파견인원만 확대하는 봉사단사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봉사자들의 경험이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권의 논의로 확대 편성된 예산 사용에 급급한 양상이 지속된다면 심각한 국가적 폐해가 우려된다.


우 리는 하루빨리 봉사단 사업의 확실한 철학이 마련되고 이러한 철학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서의 평가가 이루어져서, 봉사단 사업이 진정한 국민 참여형 원조사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대선주자들 역시 선심성 공약의 차원을 넘어서, 봉사단 사업에 대한 현황 분석을 근거로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한국형 ODA 사업을 설명할 때 인적자원이 풍부한 한국의 비교 우위는 단연 봉사단사업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작성: 하재웅 jason@kova.org / ODA Watch NP 단원, (사)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