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국제개발의 미묘한 경계를 논하다!
- 한국 종교기반NGO 국제활동의 대안적 모델 -
2007 년 여름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보면서 선교와 국제개발활동의 미묘한 경계의 뜨거운 논쟁을 경험한 바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큰 논란을 야기시켰던 사건이 흐른지 2년, 그 논란은 잘 정리되었을까? 지난 10월 8일에 열린 제 21차 ODA 월례토크 “한국 종교기반NGO 국제활동의 대안적 모델”을 살펴보면 그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개발NGO와 밀접한 선교활동에서 대안을 모색하다.
우 리나라에서 국제개발협력사업을 하는 개발NGO의 협의체인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해원협)의 경우 회원단체 중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단체는 49%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36%). 이들 단체 내부에서도 선교활동과 국제개발협력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지 많은 논란이 있었고, 그러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인 단체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논란을 보다 공론화하기 위해서 마련된 이날 ODA 월례토크에서는 대안적으로 볼 수 있는 종교기반NGO들 중에서 기독교 측에서는 개척자들의 송강호 교육원장이 그리고 불교 측에서는 JTS 활동을 했던 평화재단 유정길 기획실장이 발제를 했고, 이에 대한 토론자로는 오랫동안 국제기아대책기구 우간다 지부 책임자로 근무했던 이상훈 前지부장이 나왔다.
▲ 뜨거운 주제만큼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하여 뜨거운 논쟁이 진행되었다.
개척자들, 도움의 법칙은 먼저 친구가 되어라!!
‘ 도움의 법칙’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송강호 원장은 실제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어떠한 국제개발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을 유도했다. 구호활동을 해도 현지 사람들의 생활은 나아지는 것이 없고 오히려 피폐해지는 상황들에 대해서 많은 사례를 나눴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네시아 아체에서 쓰나미 재해 때 수 많은 NGO 및 원조기간들이 구역별로 집을 지었던 사례였다. 각 단체들은 상호 간의 협력(Partnership)이 없이 각자의 영역을 맡아서 집을 짖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서 발생한 각 구역별 집들의 질적인 차이로 인해서 현지인들은 거의 다 만들어진 집을 일부러 부수기도하고 각종 시비도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일정 기간 동안 사업을 완결지어야하는 프로젝트 기한 때문에 그 집을 짓는 인부들은 주거 지역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지역(북부)에서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개 척자들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돕는 것에 앞서 ‘현지인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귐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친구가 되기 전에는 돕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단다. 이렇게 관계에서 시작하는 그들의 원칙은 수혜자들로부터 도움 받기, 수혜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와 더불어 궁극적으로 함께 평화 만들기이다.
팽창주의적 선교방식 문제있다.
두 번째 발제에서 JTS 아프카니스탄 카불지원팀에서 일했던 유정길 실장은 종교NGO들이 보다 원칙에 입각해서 활동해야함을 강조했다. 그는 종교NGO들이 극한 상황 속에도 현지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놀라운 성과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독교에서 보여주고 있는 지나친 팽창주의적 선교방식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많은 선교단체들이 궁극적인 활동 목적(Hidden Aims)과 공식적인 활동 목적이 불일치하는 가운데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신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인도주의를 표방해서 지원을 하면서 이를 이용해서 현지인들의 문화를 개조하려는 듯한 접근법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JTS의 원칙은 ‘도움이 필요할 때 현지의 인력과 자원으로 지원한다.’
유 정길 실장은 JTS에서 가장 강조하는 원칙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돕지 않는다’는 것과 ‘가능한 현지 인력과 현지 자원을 이용해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한 이 원칙을 현장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것일까? 정부(한국국제협력단)로부터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나 후원자들에게 결과 보고를 해야 하는 사업들의 경우 정해진 기간 내에 목표했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이 필요로 느끼기까지 기다려주기도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현지인들의 역량 개발은 단기 프로젝트로 결과물을 얻기가 어렵다는 그의 설명에 공감되는 바가 컸다.
그 는 주목할만한 모델로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운동을 소개했다. 가난도 부정하지만 풍요도 부정하는 이 운동은 ‘풀뿌리에 기반한 전통이 살아있는 자립공동체’건설을 목표로 평생교육센터 개념의 교육장을 만들면서 청년리더들을 양성하고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활동기관들이 지나치게 형식이나 보여주기에 구속을 받지 않고 단체가 추구하는 원칙과 방향을 지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개발활동의 다양한 이슈를 쉽게 단정하긴 어렵다.
이 날 토론을 맡은 이상훈 前지부장은 관계형성이 중요하다는 개척자들의 원칙에 공감되는 바가 크나 외부인으로서 접근해야만 하는 우리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우간다의 사례처럼 현지인들 간의 살인이 진행되는 문화에서 어느 정도까지 현지의 문화로 인정하고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거론했다.
또 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효율성(Effectiveness)과 주인의식(Ownership)은 양립할 수 있는 윈윈(win-win)게임이 아니라 어느 하나를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제로섬(zero-sum)게임이라는 것이다. 모금에 의존하는 NGO들은 당연히 현장에서 효율성을 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격적으로 다가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갈등현장 같은 곳에서는 중립적이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으나, 과연 NGO들이 가치 중립적일 수 있는가? 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시했다. 선교를 위해서 NGO가 도구가 되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교ㆍ개발ㆍ공동체 활동 등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감히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우리의 발전대안을 찾기 위해서
이 날 월례토크에는, 학생들을 비롯해서 각 단체들의 활동가와 교수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폭 넓은 논의가 진행되었다. 제시된 의견 중 개발NGO들이 너무 쉽게 효율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현지의 주인의식(ownership)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활동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대를 얻었다. 현지의 문화와 사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채 사업을 수행하는 이들의 관점과 우선순위에 따른 물량공세 중심의 사업수행이 아닌, 파트너들이 스스로의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돕는 보다 대안적인 방식의 개발협력이 우리가 현재 고민해야 하고 더욱 구체화해야 하는 ‘우리의 발전대안’이 아닐까?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한국사회의 많은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개발NGO들이 ‘개발’의 방식과 내용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 작성 : 하재웅, jj755@hanmail.net / ODA Watch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