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사무총장님은 현재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여성 리더십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게 계신대요? 경실련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시다가 어떻게 국제개발협력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경실련을 통해서 1995년 유엔 제4차 북경 세계여성회의에
참석을 했을 때의 일이다. 189개국 정부대표, 유엔관련 기구, 민간단체 대표 등 5만여 명의 인원이 참가했던 큰 대회였는데,
모잠비크에서 왔던 참가자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내게 “What do you do for economic justice
global level?"이라는 질문을 했는데,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충격이었다. 과연 난 경제정의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것에 대답하기 위해서 열심히 경제 분야 쪽의 세미나에 참석을 했고, 당시 가졌던 고민이
‘절대빈곤’의 문제였다. 그래서 가난해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관심을 갖고 있다가 일본재단의 후원을 받아서 OECD국가들의 개발NGO활동에 대해서 조사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른 국가들의 사례연구를 통해서 국제개발협력사업의 필요성을 자각했고, 그래서 개발교육이 무엇인지? 개도국은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정책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해야 하는지? 모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지구촌나눔운동(이하 GCS)에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던 것도 그러한 고민의 연장선이었나요? GCS의 활동에 대해서 모르는 분도 있으니 대략적 설명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구체적 활동에 대한 고민을 96년에 했고, 그러한 고민을 현실화시켜려고 노력했는데 당시 97년과 98년 IMF를 겪으면서 그러한 고민을 현실화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고 이후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GCS는 단순히 구호나 복지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개발도상국가들도 스스로 발전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현실화하려고 노력하는 단체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래서 ‘개발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웃음)
사실 활동하시는 것이 GCS외에도 이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는 총장님 이름이
빠져있으면 의심을 받을 정도로 많은 위원회 활동 및 각종 네트워크 조직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총장님의 활동과 관련해서 국제개발협력분야의 흐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다. 95년 북경 세계여성회의가 끝나고
베트남의 개발협력사업을 하기 위해서 사회복지단체들에게 서면을 보냈는데,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곳이 없었다. 당시 많은 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ODA를 확대하라는 압박활동에도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999년 굿네이버스의 이일하 회장님 주도로 해외원조단체협의회가 만들어지면서 NGO들의 협의체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부와 협력 파트너로서 조율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MDG를 목표로 활동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2005년에 지구촌빈곤퇴치네트워크가 만들어졌는데, 개발단체와 시민단체들의 연합으로 구성되어 원조의 방향성 논의와 정부를 압박하는 활동도 진행하게 되었다.
참여정부 때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통해서 원조의 확대라는 화두가 다시 부각되었고, 관련해서 원조의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면서 감사보고서까지 작성되어 비교적 활발한 활동이 전개되었다고 보여진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정책제안서들이 기초가 되어 2005년 개발협력사업개선방안을 통해 ODA 증액이 GNI대비 0.25%로 설정되었고,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개발원조위원회)가입을 통한 원조의 효율성 제고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에드보커시(Advocacy) 활동을 위해서 ODA Watch를 만들어서 활동하게 되었는데, 만들 당시에도 정부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개발NGO들도 함께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아무래도 정부의 감시 활동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현재까지 그룹이 만들어져서 세미나와 뉴스레터 발간 등을 통한 정책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다양한 단체들에서도 국제개발협력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GCS의 경우 만들 초기부터 이러한 부분(개발교육)도 역점을 두고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구촌시민학교’를 운영 중이다. 명예교사
제도도 두어 지구마을 사람들이라는 교육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지구촌대학생연합(이하 GSU)이
만들어졌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봉사단, 캠프, 포럼 등이 진행되고 있다. GCS의 약한 점이라면 다른 국제개발협력단체들과 연대
활동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평소에도 봉사단에 대해서 많은 애정을 가지고 계시고, 관련해서 여러 가지 안타까운 점들을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해외봉사단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봉사단은 청년들이 개발도상국가에 나가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2002년 9월 학기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시민사회와 개발’이라는 수업을 청강한 적이 있다.
당시 강의는 David Brown 교수가 진행했는데, 교수는 물론이고 수강생의 대략 절반 정도가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 출신이었다. 교수도 끝임 없이 현장을 돌아보면 강의하는 열정이 대단했고, 평화봉사단원 출신들 비롯해서 현장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수강을 했기 때문에 생동감있는 강좌였다. 이후 다시 케네디 스쿨 석사과정으로 입학했을 때도 많은 평화봉사단
출신들을 만나면서 교류 할 수 있었는데, 젊을 때 개발도상국가에서 현장경험을 쌓는 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느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하는 주한 미국대사(Stephens, D. Kathleen)도 봉사단 출신이고, 미국의 경우 대사들부터 기업
CEO와 각 정부 부처에 봉사단 출신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어서 미국에서 봉사단을 세계무대로 활동하는 통로처럼 활용되고 있다.
한국해외봉사단도 그러한 기회의 창구가 되길 바란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원들에게 현지 활동과 관련해서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회를 개도국에서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 운영하는 기관에서는 그냥 알아서 활동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역할(Mission)을 주고 해서 현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나 다양한 자산들을 축적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팀 차원에서 활동을 지원하는 부분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위에서부터 지시하는 명령하달(Top down)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본다. 2004년처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제도적 지원을 하루 빨리
보안해서 봉사단 사업의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제개발협력분야로 활동하고자하는 사람들은 활동 지역에서 현지NGO, UN기구 등 그곳에서 어떠한 기관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배워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활동하면서 현지에서 할 수있는 사업을 구상해보고, 그렇게 구상했던 사업계획서를 구직 인터뷰할 때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 나가보면 일본의 JICA단원들과 비교하면 현지어 능력에서 차이도 있는 것 같다. 우선 현지어 능력도 중요하리라고 본다. 또한 예를 들어 한국어라면 현지의 한국어 현황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그러한 조사를 근거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 좋겠다. 그래서 전체 한국어 교육이 질적으로 향상되기 위한 방법 등을 고민하면 많은 성장을 가져 올 것이다. .
귀국한 해외봉사단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도 많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단원들이 나갈 때 물질적 지원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본다. 보통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기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2년 이라는 시간은 인생에 있는 10%의 시간을
헌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가 어떻게 그러한 헌신을 잘 사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인가에 대한 노력도 무척 중요하리라고
생각한다. 실업대책으로 활용되는 듯 한 구상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 GCS도 이번에 봉사단 프로그램으로 GCS Fellow 제도를 도입해서 활용할 계획이다. 약 반 년 정도의 훈련 기간을 두고 한국에서 훈련을 시킨 후 현지에 보낼 계획이다. 제도를 개선하려면 무엇인가 대안을 보여주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기로는 이번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어 봉사단 프로그램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귀국단원들의 취업과 관련해서는 분야가 다양해서 단순히 얘기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기술자로 사회에 나가서 활동하는 것에 어려움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 하지만 봉사단도 축구처럼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에 대한 원인 분석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신이 활동한 국가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고민해보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바로 비즈니스 모델화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것이 최근에 얘기되는 사회적 기업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고민을 하면서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을 하려면 누구를 끌어들여야하고 어떠한 자원(Resources)을 동원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본다.
국제개발NGO와 귀국단원들의 연결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우선은 현재 기독교 NGO가 너무 많아서 인력 수급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대형 교회들이 각자 독립적인 개발NGO들을 만들고, 교회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인이 할 일이 무엇인가? 잘 결정해야한다. 기술이 있어서 나간 사람을 앞으로도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호사라고 하면 개도국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배워와서 간호사협회 등에서 개도국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 만들어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단체들이 개도국에 관련된 사업에 관심을 갖게하는 것도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단원들이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공부를 할까?일을 할까?를 놓고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교육자로서 가르칠려면 박사까지 봐야겠지만, 아니라면 급사(給仕)처럼 일을 해봐야한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자신의 활동영역을 고르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 정주영 회장은 싸전에서 일하면서도 일하는 태도와 자세가 달랐다. 일이 보였기 때문에 업무처리 속도가 달랐고 고객관리까지 새롭게 했을 정도니까… 많은 사람이 싸전에서 일을 했지만 정주영 회장처럼 활동을 할 수는 없었다. 이 분야는 요령으로 출세하기가 어렵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머리와 가슴이 모두 필요하다고 본다. 똑똑해서만 되는 것은 아니고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어야 오래 이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하기는 했는데, 얘기를 잘 하건지 모르겠다?(웃음)